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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칼럼/2016. 1. 21] 해양도시 문화적 원류, 어항·어시장
  • 등록일 : 2016.01.25
  • 조회수 : 4967

해양도시 문화적 원류, 어항·어시장

 

부산일보 칼럼(2016년 1월 21일)

류청로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

 

 

세계를 선도하는 해양도시는 도심의 핵심 공간에 활기 넘치는 어항·어시장(fisherman's wharf)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곳을 그 도시의 빛과 영혼으로 극대화시키고 있다. 400년 전통의 수산물 집산장 도쿄 쓰키치 어시장. 최고의 요리사들이 최고의 재료를 쟁탈하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진화하는 곳이다. 햄버거의 원조이자 일요장터의 대명사가 된 300년 전통의 함부르크어시장과 뉴욕·샌프란시스코·밴쿠버의 선창 문화가 다 그들만의 영혼으로 사람을 모으고 있다. 상상 이상의 미래지향적 산업·문화의 원류 기능을 다하고 있다. 헤밍웨이의 이야기, 퍼펙트스톰 같은 영화와 전설과 신화도 있다.
 
부산의 산복도로, 국제시장, 갈맷길, 강변에도 참 좋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어항·어시장(포구)에는 훨씬 더 오래되고 숙성된 깊은 맛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이야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큰 빌딩, 큰 백화점, 큰 배 등 크기만의 경쟁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 깊은 감동의 원천을 가진 항구도시로 가야 한다. 오면 올수록 또 다른 충전과 공감을 줄 수 있는 품격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첨단도시의 피로한계에 이른 시민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반시설의 정비 등등이 다 중요하지만 어부들이 먼저 행복한 얼굴과 큰 가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래되고 숙성된 거친 이야기 즐비
첨단도시 피로한계의 시민 포용을
공동어시장 현대화·북항재개발 등은
어부들 삶과 어시장 이야기 연계돼야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어민이 행복한 어촌 만들기가 최우선이라고 외치고 있다. 어민이 행복해야 좋은 수산물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창조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촌에 활력을 줄 것이다. 행복한 첨단산업 도시 공간의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의 원점, 그 문화의 원천이 어촌이다. 이 원천을 정비하는 일은 그렇게 거창한 예산이나 정책이 아니라도 된다. 작고 아름답게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것이 되면 어촌관광이나 6차산업화는 자생적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어촌은 건강한 문화의 원류기능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이것은 '플랜Z' 시대의 패러다임과도 잘 부합되는 시대적 흐름일 수도 있다.

부산은 지금 공동어시장 현대화와 연계한 자갈치시장 지역의 종합개발, 북항 재개발과의 연계, 영도지역 워터프런트의 개발·이용·활성화 계획이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모든 계획은 원도심의 바다와 연결된 문화적 원천기능의 복원이 핵심이다. 이는 원산업의 주축인 어부들의 삶과 어시장의 이야기가 넘쳐 흐르는 맑은 샘터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현대적 자동화, 위생·식품안전의 고도화, 친환경·어메니티의 창생, 청정성, 지속가능성 등 모든 도시 어시장의 현대적 이슈를 포괄하면서도 부산의 철학과 영혼을 잘 심어 놓아야 한다. 단순한 부산의 어시장이 아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생산지·소비지 기능의 어시장으로 그 위상을 분명히 살려 줘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모든 계획에는 왠지 부족함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뜻을 모으는 네트워크 테이블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좋은 도시는 반드시 아름다운 선도집단이 숨겨져 작동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할 과제다. 부산은 많은 해양수산 관련 기관·단체·조직들이 있다. 그런데 각자의 소리만 요란하거나, 영역 다툼같이 보이기도 하는 왜곡되고 편향된 의견이 혼돈스럽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시장이 시끄러운 소리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녹여 넣고, 소리 없는 연주자에는 콕 찍어 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 원천을 깊이 파고, 원류를 도시에 보급하여 문화적 생명력을 소생시켜야 할 때이다. 부산만의 야성과 부산다움의 생명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어항·어시장을 검색해 보면 함부르크, 도쿄, 샌프란시스코 등등이 나온다. 부산이 온갖 정보 공간을 점령할 때, 비로소 건강한 해양도시의 반열에 든다는 것을 모든 이에게 강조하고 싶다. 부산에는 작은 어항·포구도 많다. 해양도시의 문화적 원류, 어항·어시장을 다시 ​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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